1위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다.
하느냐 안하느냐 말도 많았던 퍼포먼스는 결국 안했지만, 2008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그녀는 굵직한 상 세 개(베스트 여자가수, 베스트 팝 비디오, 올 해의 비디오)를 거머쥐면서 문제적 '팝 퀸'의 존재감을 여보란듯 만방에 떨쳤다. 반짝이가 더덕더덕 달린 베르사체의 눈부신 미니드레스를 보라, 무대를 찍듯이 걸어나오는 지미 추 하이힐을 보라, 그리고 어느 때보다 브리트니다운 모습으로 웃고 있는 그녀 자체를 보라. 과연 세상의 모든(지저분한, 필요없는, 자극적인, 때로 재미있기도 한) 가십에게 날린 기막힌 한 방 'Piece of Me'는 그녀가 내던진 도전장이 아니라 그녀가 외친 독립선언문이었던 것이다. 불변의 사실, 팝스타에게 원하는 것은 '눈물'이 아니라 '도도함'이다. 또한 깨닫는다. 인간은 누구나 살을 뺄 권리가 있고 그것으로부터 세상의 어떤 칭찬과 축하도 무색하지 않다는 것을. 음원 유출 사고가 있긴 했지만, 신곡 'Womanizer'에 거는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2위는 머라이어 캐리다.
천공을 가로지르는 성량과 구름처럼 풍부한 목소리의 표정들 속에서 그녀는 데뷔 후 십수년 째 그 이름을 온전히 보존해왔다. 노래하는 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모형임을 서슴지 않고 고백하며, 흉내라도 내고 싶어하는 불멸의 그 이름 말이다. 최근 전해진 뉴스 속에는 공연과 공연계획으로 나날을 보내는 머라이어 캐리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삼성이 기획한 미국 7개 도시 투어 콘서트인 '삼성 AT&T 서머 크러시'를 함께 했고, 굶주린 어린이들을 위한 한 달간의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으며, 비욘세, 리한나 등의 여가수들과 함께 암 퇴치를 위한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3위는 리한나다.
'Umbrella'는 21세기의 팝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아름다운 명곡이었고, 리한나는 곧장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그녀의 노래, 그녀의 무대, 또 그녀의 위세, 모두 지금 가장 힘이 센 팝가수의 전형을 보여준다. 게다가 '패션'을 쥐락펴락하는 여자 가수의 타이틀까지 그녀가 차지했다. 멋쟁이 크리스 브라운과 연인 사이라는 보도가 심심찮고, 올해 발표한 세 장의 싱글도 모두 매력적인 팝송들(최근 'Disturbia'의 탱글탱글함이란!)이었다. 의심할 바 없이 지금은 리한나의 시대다. 강인한 햇살이 비치는 바베이도스에서 자란 이제 겨우 스무 살일 뿐인 그녀의 시대.

4위는 비욘세가 차지했다.
<드림 걸스>에서 다이애나 로스로 분했던 그녀가 이번엔 <캐딜락 어코드>라는 영화 속에서 에타 제임스를 연기하는 중이다. 때문에 9kg이나 체중을 늘렸다는 뉴스도 들린다. 또한 최근엔 56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반지 때문에 연예계와 패션계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팝의 여제 비욘세가 지난 여름을 마지막으로 아직 새로운 싱글을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이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그녀의 허벅지가 그대로 건재한 이상, 사실 걱정이랄 건 없지만 말이다. 좋은 영화, 끝내주는 노래, 또 멋진 남자, 모두 그녀의 것이다. 그녀는 그 누구도 아닌 비욘세니까.

5위는 앨리샤 키스다.
지난 8월 내한공연을 계기로 국내 팬들을 한껏 흥분시키기도 했다. 데뷔 몇 년 만에 네오-소울의 기대주에서 R&B의 여왕으로 군림하기에 이른 앨리샤 키스의 저력은 물론 그 걸출한 실력일테다. '가창력'이라는 말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여러 종류의 천을 만질 때처럼, 그때마다 풍부한 감촉이 있는 그녀의 노래는 올 들어 발표한 'Teenage Love Affair' 나 'Superwoman'을 통해서 한층 고전적인 분위기가 짙어졌다. 그리고 그녀는 괜한 겉멋이야말로 노래의 군더더기임을 잘 알고 있다. 'Like You'll Never See Me Again'가 흐르는 시간 동안, 거기에 덧댈 수 있는 것이 뭘까?

6위는 마돈나다.
'스틱키 & 스위트 투어'가 한창인 가운데, 마돈나의 위풍당당함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다만 그녀를 찬양하는 일만이 영원할 뿐이겠다. '언제적 마돈나인가' 같은 말은, 그 말을 생각한 자신의 수준과 안목이야말로 언제적 것인가를 의심해야 하는 말이다. 'Hung Up'의 복고적 디스코 튠으로부터 21세기를 대각선으로 횡단하는 '4 Minuets'의 대범한 비트까지 마돈나 사전에 일보전진을 위한 이보후퇴 같은 말은 없다. 단,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저 유명한 투어들을 기록한 동영상자료를 시간 내서 볼 것을 권한다. 그것이 얼마나 현재적인지를 확인하는 것, 마돈나가 마돈나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7위는 힐러리 더프다.
지난해 봄에 발표한 앨범 [Dignity] 이후로는 신곡 소식이 뜸한데, 올해만도 영화 세 편을 촬영하는 등 영화 촬영에 매진하는 모양이다. 돈 잘 버는 틴에이저 스타의 상징, 어깨에 힘 빼고 흥겹게 부르는 전형적인 드라이빙 팝 트랙들, 예쁘장한 미국 여자애의 표상과도 같은 금발머리, 떠들썩한 대중들의 입방아 속에서도 린제이 로한이나 패리스 힐튼과는 약간 다른 노선을 타는 행실의 방정함 등, 힐러리 더프가 할리우드를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전형성이 오히려 새롭게 느껴지는 종류다. 왠지 팝송이 점점 복잡해져 간다고 불만이 생길 때, 힐러리 더프를 들으면 불만이 싹 가신다.

8위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이다.
2008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를 통해 무대를 선보인 신곡 'Keeps Gettin' Better'는 능청맞도록 자근자근 밟아주는 비트 위에 그녀의 드라마틱한 보컬이(그리고 코러스가) 어울렁더울렁 조화로운 팝송이다. 베스트 앨범에 들어갈 신곡인데, 베스트 앨범에는 추억의 명곡 'Genie In A Bottle' 'Beautiful'등이 새롭게 녹음되어 실릴 예정이다. 웨이브 없이 쭉쭉 뻗은 금발과 흰 피부, 눈주변을 따라 얇은 선을 그은 메이크업 컨셉트와 검정색 위주의 의상들은 등장만으로도 무대를 장악하는 힘이 있다. 그런 이미지의 충돌 속에서 그녀는 휘둘리지 않고 다만 여유롭게도 멜로디를 가지고 논다.

9위는 제니퍼 로페즈다.
지난 가을부터 올 초까지 'Brave'의 인기로 국내 디지털 음원시장을 장악했던 그녀다. 후에 발표된 싱글 'Hold It Don't Drop It'은 액셀레이터를 밟은 듯 최대속력을 이끌어내려는 야심만만한 트랙이었다. 그 후로 바톤을 이어받은 것은 노래가 아니라 스포츠였다. 칠 개월 된 쌍둥이의 엄마인 채 그녀는 철인삼종경기를 완주함으로서 '철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기어서라도 결승선을 통과하겠다던 굳센 다짐대로 그녀는 결국 해냈다. 더이상 제니퍼 로페즈를 얘기하면서 엉덩이 어쩌구하며 시시덕거리는 팝팬들은 없을 것이다. 섹시함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제니퍼 로페즈라는 가수의 완성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10위는 리오나 루이스다.
'Better in Time'의 전주와 함께 낯선 여자의 허밍이 시작되는 순간, 누구나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머라이어 캐리?' 말 만들길 좋아하는 이들은 그녀가 이제 막 신데렐라 스토리로부터 튀어나온 신인 여자가수라는 사실에 더욱 흥분했다.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 그리고 리오나 루이스 라는 계보를 만들어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모처럼 생겨난 이런 흥분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지미 페이지와 함께한 올림픽 폐막식 무대는 그녀의 앞날이 얼마나 휘황할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겠다. 데뷔 앨범 [Spirit]엔 버릴 것 하나 없는 노래들이 그녀의 꿈을 향해 영글어있다.


※ 본 순위는 이용자들의 검색 빈도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뮤지션과 노래에 대한 평가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출처보기  (글 / 장우철 (GQ KOREA 피처 에디터))
Posted by 복리를 밑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