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수 : 실생활에서 어떤 활동을 하든, 그 근본적인 의미를 파악하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지 않으면 누구나 삶의 공허함을 느끼게 되겠지요. 이 문제는 김기현 선생님의 전공인데, 인문학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시는지요?


김기현 : 철학의 현실적인 쓰임새에 대한 질문은 강단에서 수없이 받습니다. 그럴 때 저는 현실의 개념을 우리가 너무 좁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 질문을 던져봅니다.

인문학이 실생활에 어떤 도움을 주느냐고 묻는 사람이 생각하는 현실은 입고, 먹고, 자고, 돈을 버는 틀을 말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우리 현실에서는 단순히 의식주나 돈을 버는 등의 활동을 넘어서 우리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 자주 벌어집니다. 다시 말해 현실에는 여러 층위가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하는 차원이 있겠지만, 그보다 더 높은 차원도 있고, 또 그 차원을 넘어서 자기 존재의 본질적인 의미에 질문을 던지는 더 높은 차원도 있습니다. 그렇게 층층의 여러 차원이 우리 삶과 현실을 구성하고 있지요.

그런데 위 층위가 아래 층위보다 덜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의미가 덜하다고 말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따라서 현실적으로 어느 한 층위에서만 존재할 수 없는 인간에게 아래 여러 층위에 대한 포괄적인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높은 층위에 있는 이념과 삶의 의미와 관련된 사고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바로 이것이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항상 굴곡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자기 삶의 의미를 알고, 삶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포괄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나리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우리 현실에서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에서 개인적인 관점을 정립한다든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문학콘서트> (이숲) p22~23


Posted by 복리를 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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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2014.10.07 1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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